진단 도구로서의 미술 심리치료
1. 진단 도구로서 미술
1) 투사검사의 역사적 고찰
투사적 그림 검사의 대가 중 한 명인 Koppitz(1984)는 투사적 그림을 '비언어적 언어'
라고 칭하면서 그림이 그 사람의 내면을 표현하는 의사소통의 중요한 수단임을 강조하였다. 내담자에게 있어 그림은 내담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세계 공통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Freud와 Jung 또한 20세기 초반 예술적 표현과 정신세계 간의 관련성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고 두 사람은 모두 예술과 '상징', 성격 간의 관련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Freud는 개인이 갖는 '이미지'가 잊히거나 억압된 개인적 기억을 표상하는 것으로 보고 이러한 표상적 이미지로서 상징은 꿈이나 예술적 표현을 통해 표출된다고 생각하였다. 자신의 그림이나 환자의 그림에 나타난 심리학적인 내용에 관심이 많았던 Jung은 환자들에게 꿈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도록 격려하였으며, 이미지와 마음 사이에 중요한 연결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고, 이미지에 담겨 있는 상징적인 의미들을 이해하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19세기 말 유럽에서는 정신장애 환자들의 그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그림이
정신병리의 진단에 도움을 주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하였고,
20세기 초에는 정신장애 환자들의 그림이 조현병과 같은 정신장애 진단을 확증해 줄 수 있을 만큼 타당하다고 보았다.
2) 그림을 통한 진단 투사적 그림 검사는 '사람이나 집, 나무와 같이 특정한 형상에 대한 그림은 개인의 성격, 지각, 태도를 반영해준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Buck의 집, 나무, 사람
(House-Tree-Person)은 원래 당시 그가 개발하고 있던 지능검사의 보조수단으로 고안되었으나(Buck, 1984), 이후 지능과 성격 모두를 측정하는 수단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Hammer(1958)는 임상적 평가와 미술 심리치료 치료 전후 효과에서 HTP의
유용성을 검토한 후 연구를 참고하여 정리하였으며, 발달적 측면과 투사적 측면을 포함한 평가도구로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Buck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였던 Mac hover(1948)는 사람 그림의 상징적인 의미와 구조적인 요인을 모두 고려하여 투사적 그림에 심리학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였다. Mac hover의 인물화(Draw A Person)와 사람 그림에서 나타나는 투사에 대한 연구는 '인물화 그림 검사'의 임상적 적용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HTP, DAP를 응용한 그림 검사들이 개발되었는데 대표적인 검사들로 가족화(Draw A Family),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Person-In-The-Rain)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림 진단은 임상심리학에서 심리측정의 진단 도구로 즐겨 사용되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그림을 통한 진단은 상담자, 임상심리학자, 의사, 치료사들에게 인기가 높은 검사 도구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진단의 대상도 다양하게 확대되었다.
3) 투사 그림 검사의 장단점
(1) 투사 그림 검사의 장점
진단으로서의 그림 검사가 임상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현실적인 면에서 다른 어떤 검사 도구보다 간편하고 경비가 적게 드는 장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림은 검사 대상자 혹은 환자가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검사상황에 그림을 그리는 직접성을 지니고 있다는 데 큰 매력이 있다. 그림이란 언어적 진술보다 훨씬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이며, 검사대상자는 다른 진단상황에 비해 이완된 상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금기적 주제나 정신적 외상의 주제들이 다루어질 수 있게 된다.
그림을 통한 평가는 치료적 관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림이 진단 도구로 발전된 것은 그림으로 나타난 표현은 그린 사람의 개인적 진술이며, 그 안에 개인의 의식적·무의식적 내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은 내담자가 가장 단순하고도 풍부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검사자 혹은 치료사와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하게 시켜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며, 언어적 치료법을 보완해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그림은 미술 심리
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심리치료나 상담에서도 진단과 차후의 치료계획을 위한 중요한
보조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2) 투사 그림 검사의 단점
객관적 검사를 통한 평가를 기본으로 한 후, 그림을 통한 평가는 보조적 도구로서
사용하여야 한다. 그림을 단순한 심리측정의 도구로만 이용하여 평가하는 데는 문제점도 따르기 때문에 임상가는 기본적인 심리 진단의 지식을 갖춘 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투사검사를 통한 정신장애의 진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3) 투사 그림 검사의 평가 방법
미술 심리치료사는 병원이나 다른 복지기관에서 활동할 때, 그곳에서 보관하고 있는 환자나 내담자의 개인 차트나 초기면담지를 통하여 환자의 가족, 병력, 학력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미술 심리치료사는 그러한 정보와는 달리 자신이 스스로 그림을 통하여 환자를 진단할 수 있다. 미술 심리치료사는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을 발견하여 다른 사람의 진단과는 차이가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미술 심리치료에서는 이러한 검사가 반드시 진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술 심리치료 과정의 한 부분으로써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치료 초기에 환자와 신뢰 형성을 하는 보조적 목적으로도 그림 검사 도구가 사용된다. 미술 심리치료사는 이러한 검사 도구를 사용하면서 진단뿐만 아니라 미술 활동에 대한 환자의 반응, 감
정, 행동, 과정 등을 잘 관찰하여 치료과정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다.
4) 그림 진단 시 유의점
(1) 그림 진단의 대상
미술 심리치료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어린이든 직장인이든 장애인이든 누구나 미술 심리치료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사람들을 한 가지 기준으로 설명하거나 단정 짓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미술 결과물 하나만을 가지고 일대일 대응법으로 '이런 양식의 그림은 이런 내담자이다'라고 절대적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진단할 때는 그 대상의 연령, 상황, 특성을 고려해야 하벼, 언어화시키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이것이 밑바탕이 되어 있을 때 그림이 진단을 위해 쓰이게 되는데, 그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2) 그림 진단 시 주요 관찰 부분
그림으로 진단할 때 중요하게 관찰하여야 할 부분은 결과와 더불어 활동 과정이다.
그림 분석은 크게 전체적인 평가와 형태적 분석, 내용적 분석, 태도적 분석이 있다.
먼저 전체적인 평가에서는 그림의 첫인상을 중요시하고, 그림이 얼마나 조화롭고
짜임새가 있는가, 구조는 잘되어 있는가, 이상한 것은 없는가에 주목한다. 다음 형태적인 분석에서는 그리는 시간, 순서, 크기, 위치, 글 쓸 때 누르는 정도, 스트로크, 대칭성, 방향, 상세함, 음영, 생략과 왜곡, 투명성 등이 있다. 예를 들면, 그림을 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바로 들어가는지를 본다거나 무엇부터 그리는가, 무엇을 그릴 때 가장
어려워하는가,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는가(자신감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양가감정을 가
진 대상인 경우도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등을 본다. 그림을 다 그린 후에는 전체적으로
그림의 크기와 글 쓸 때 누르는 정도, 그림의 위치, 선의 특징을 관찰해야 한다. 작은 그림은 에너지가
작고 환경에 대한 부적응을, 글 쓸 때 누르는 정도가 약하면 억제가 높은 내담자라고 본다.
그리고 세부 묘사에 집착하는 부분은 없는지, 대칭적으로 그리지는 않는지를 봐야 한다. 과도한 상세함은 외부와 적절히 통합되지 않는다고 보며 생략과 왜곡은 그 부분의 갈등을, 투명성은 인격 통합의 상실과 현실 검증결의 상실로 본다. 보통 화면 구성의 경우는 그림이 위에 치우쳐져 있으면 공상적이고 이상적이라고 진단하며 불안정하거나 우울한 경우 하단에 치우치고, 위축되고 과거 지향적이면 좌측 화면을, 미래지향적이며 성공 지향적일 때 우측 화면을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내용적 분석에서는 특히 강조된 것은 없는지, 전경과 배경의 공간성은 어떠한지, 그림 요소들과 상관관계, 색채, 상징을 다룬다. 태도적 분석에서는 어떤 재료를 선택하는가, 활동하는 데 어려워한다거나 시작하기 어려워하는가 등을 본다. 모든 것은 내담자 개인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그림의 진단은 내담자의 개인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담자의 설명과 의도, 느낌을 충분히 듣고 위의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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